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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제 698 호 11월 11일 '농업인의 날'

  • 작성일 2021-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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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0279
신범상

빼빼로 데이가 아닌 농업인의 날

  매년 11월 11일이 되면 거리는 서로 빼빼로를 주고받는 연인과 친구들로 가득하다. 많은 사람들이 11월 11일을 빼빼로 데이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빼빼로 데이는 각종 제조 및 유통업계의 마케팅 활동으로 소비자들 사이에 확신된 기념일 문화다. 이날은 법정기념일인 농업인의 날이기도 하지만,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농업인의 날을 기념하려는 사람을 찾기 어려워졌으며, 심지어는 농업인의 날이 빼빼로 데이에 묻혀 상업적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다.


▲농업인의 날 포스터 (제공: 농림수산부)


농업인의 날 의미와 유래

  ‘농업인의 날’은 농민들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시키고 농업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날이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농사를 중시하는 전통이 발달했다. 기록에 따르면 삼국시대부터 조선 시대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왕들은 농사를 권장하는 권농 의식을 치러왔다. 이후 일제강점기에는 6월 14일이 권농일로 제정되었다. 해방 후 일본이 정한 ‘권농일’을 폐지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났는데, 권농은 우리나라 전통이라는 것이 인정되었고 명칭을 ‘권농일’에서 ‘농민의 날’로 변경했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명칭과 날짜가 바뀌다가 1996년 농업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하기 위해 농어업인의 날‘이 지정됐다. 1997년에 다시 한번 ’농업인의 날‘로 명칭을 변경했다. ‘농민은 흙을 벗 삼아 흙과 살다 흙으로 돌아간다.’라는 전통적 농업 철학과 관련하여 ‘흙토’(土) 자를 ‘십’(十)과 ‘일’(一)로 나누어 십일이 되는 점에서 1년 중 11이 두 번 겹치는 11월 11일을 농업인의 날로 정하였다. 


대한민국의 농업 모습과 전망

  우리나라는 국토의 70%가 산지로 이루어져 있고 지방의 도시화로 인해 경지 면적이 타국에 비해 적은 상태이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2016~2018년 기준 22.5%로 세계에서도 최하위를 달리고 있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4차 산업 기술과 농업 기술을 결합한 ‘디지털 농업’ 기술 개발에 힘을 쓰고 있으며 농업진흥청 또한 농업기술박람회를 개최하여 현재 우리나라의 농업 연구 진척 상황을 홍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첨단 농업 기술을 바탕으로 케냐와 몽골 등 농업 기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라들을 위해 기술을 전파하기도 한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적은 인력으로 생산성과 편리성은 높이고 환경성을 개선하는 기술이 개발되어, 디지털 농업이 추진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문제는 농업⦁농촌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농업을 이끌어갈 젊은 층이 농촌 생활을 기피하고 있는 점은 뼈아프다. 농촌이 있는 지방의 경우 심각한 고령화와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행히 최근에는 ‘태웅이네’, ‘동갑내기 영농일기’ 같은 10·20대 농업 유튜버들의 영상이 젊은 층에서 화제가 되면서 귀농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2020년에 발표한 ‘농업·농촌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도시민의 41.4%가 향후 귀농·귀촌을 희망한다고 답변하여 전년도에 비해 귀농·귀촌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부에서도 국민의 인식을 변환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국가가 운영하는 한국농수산대학교는 등록금, 기숙사비를 포함한 모든 비용이 면제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2020년 5월 1일부터 농업‧농촌의 공익기능 증진과 농업인의 소득 안정을 위해 일정 자격을 갖춘 농업인에게 직불금을 지급하는 ‘공익직불제’를 시행하고 있다.

  정부의 노력에도 농민들은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구 감소로 인한 노동력 부족, 수입으로 인한 농산물 가격 하락, 오락가락하는 날씨 문제로 매해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공익직불제’ 정책은 면적에 비례해 직불금이 지급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농가 대부분이 1ha(10,000㎡) 미만의 소농이라 면적 기준으로 직불금을 지급하면 1년에 30~40만 원밖에 지원받지 못해 생계유지에는 부족하다. 또, 디지털 농업 기술을 통한 스마트 농장들이 과잉 생산을 유도해 추가적인 농산물 가격 폭락을 야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유럽과 다른 우리나라 농촌의 특성을 인지하고 생산성⦁경제성과 더불어 농민의 만족도 향상을 위한 방안도 필요하다.


농업의 발전을 위해선 관심이 필요

  인류의 문명은 농업과 함께 시작되었다. 농업은 정착 생활의 기반이기 때문에 농업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과학 발전과 도시화도 불가능했을 것이고 아직도 사냥과 채집을 통해 식량을 공급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농업의 중요성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는다. 식량 공급과 농산물의 가격 안정은 우리의 식생활과 시장의 안정화에도 직접적으로 관여한다. 농업⦁농촌에 인력 부족 문제가 지속되어 국내 농산물 생산력이 감소하게 되면,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면서 시장의 큰 혼란을 초래하고 우리나라의 수입 의존도는 더욱 높아지게 될 것이다. 전국적으로 개발과 도시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적은 경지를 가지고 최대한의 식량을 공급해야 한다.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사람의 관심 속에서 이루어진다. 농업에 대한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김효정, 신범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