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16 호 [영화로 세상보기] 영화 <어느 가족>
[영화로 세상보기] 영화 <어느 가족>
영화 <어느 가족> / 2018
일본 도쿄 변두리의 어느 마트, 한 남자와 소년이 자연스럽게 장을 보는 시늉을 한다. 이윽고 수신호와 눈빛으로 싸인을 주고받더니, 남자가 주위의 시선을 가로막는 사이에 소년이 물건을 가방에 집어넣어 마트를 빠져나온다. 절묘한 타이밍과 순발력으로 도둑질에 성공한 두 남자는 고로케를 사 먹으며 집으로 향하는 도중, 가정폭력으로 버려진 5살 소녀 유리를 데리고 온다. 또 한 명의 가족이 생기는 순간이다. 영화 《어느 가족》은 이들이 가족을 이루는 과정과 생계를 보여주고 있다.
《어느 가족》은 가족처럼 생활한, 하지만 진짜 가족으로 살았던 ‘가짜 가족’의 이야기이다. 이 가족의 구성원과 삶이 예사롭지 않음을 드러낸다. 실업 연금으로 생활하는 할머니 시바타를 중심으로, 건설현장 일용직인 오사무와 세탁공장 노동자 노부는 부부로 살아간다. 여기에, 할머니의 손녀인 유흥업소 종사자 아키가 있고, 길거리를 떠돌던 소년 쇼타와 막내 유리가 함께 생활한다. 이들은 작은방에서 ‘가족’이란 이름으로 살지만, 사실 누구도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는 아니다. 상처와 아픔으로 점철된 과거를 뒤로하고, 서로의 부족과 결핍을 채워주며,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어느 가족》은 가짜 가족을 통해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 아동학대, 가난, 노숙자, 실업, 가족의 부재 등 우리가 겪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영화는 중요한 키워드 두 가지를 제시한다. 하나는 ‘스위미’(작은 물고기들이 모여 거대한 참치를 물리치는 이야기)로 대표되는 ‘연대’의 개념이며, 다른 하나는 공통점을 발견해내는 ‘공감’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영화는 가족의 의미가 ‘피와 혈연으로 뭉친 집단이라는 하나의 공동체’인가 아니면 형식에 틀에 얽매인 공동체보다는 같은 피가 섞여 있지 않더라도 ‘사랑과 관심으로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인가에 대한 질문을 이 영화를 통해 물어보고 있다. 여러분도 이 영화를 보고 이 질문에 대한 생각을 잠시 가져보는게 어떨까?
장원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