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17 호 [교수사설] 챗봇 시대, 우리의 소통력 문제
챗봇 시대, 우리의 소통력 문제
챗봇은 인간이 만들어 낸 수많은 정보를 검색하여 질문에 답하는 대화형 인공지능의 하나이다. 규칙에 맞게 질문을 하면 썩 나쁘지 않은 정보를 꽤 괜찮은 문장으로 대답을 한다. 웬만한 보고서 하나는 거뜬히 써내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정보화 시대의 발전으로 얻은 성과물이 이 정도라고 하니 찬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교육자는 무슨 일을 하고, 또 학생은 무슨 일을 해야 할까? 굳이 가르치지 않고 배우지 않아도 챗봇이 척척 답을 내놓은 세상에서 교육자와 학생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우리가 처한 사정이 이러하니 “대학에서 굳이 사고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칠 필요가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대학교육의 일차적인 목표는 학생들이 사회에 나갔을 때 사회에 잘 적응하며 맡은 일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에 있다. 그 구체적인 항목 중에 가장 먼저 원활한 의사소통력을 손꼽는다.
원활한 의사소통력이란 무엇일까? 챗지피티(ChatGPT)에게 물었다. “소통력이 뭐예요?” 챗지피티는 이렇게 답했다. “소통력은 다른 사람들과 원활하게 의사소통을 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이는 상대방의 생각, 느낌, 의견을 듣고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설명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소통력은 일상적인 대화, 직장에서의 업무, 가족 관계,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상대방과의 원활한 대화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좋은 소통력이 있어야 합니다.”
다시 물었다. “소통력을 기르는 방법이 뭐예요?” 챗지피티는 이 질문에 대해 주요한 방법이라며 여섯 가지 항목을 언급하였다. 항목과 설명까지 타당한 답을 내놓았는데, 항목만 정리하면 이렇다.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이해하기, 명확하게 표현하기,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대화하기, 듣기 연습하기, 비판적 사고 기르기, 갈등 해결 방법 익히기.”
그런데 사실 나는 이 질문을 하면서 ‘인공지능 활용하기’라는 답이 나오지 않을까 예상했었다. 그런데 그러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챗지피티가 답한 소통력을 기르는 방법은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과 무관한 것들이었다. ‘명확하게 표현하기’ 항목을 위해 기존에 공개된 정보를 챗봇을 통해 활용할 수 있을 뿐, 나머지 항목은 본인이 스스로 해야 할 일들이었다.
이번에는 “소통력 향상에 인공지능이 어떤 도움을 줄까요?”라고 물었더니 자연어 처리 기술을 이용한 챗봇을 이용하여 답변을 제공받는 것, 음성 인식 기술을 이용하는 것, 자동 번역 기술을 이용하는 것, 감정 분석 기술을 이용하는 것 등의 답을 내놓았다. 이 모두는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의 종류에 대한 것이고, 소통력 향상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인식하여 내놓은 답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다시 글쓰기 교육의 근본으로 돌아가 생각해 보자. 우리가 글쓰기를 할 때 하는 일은 주제와 관련된 기존의 연구 내용을 숙지하고 그 내용을 잘 정리하여 나의 논리를 세우고 더 나아가 새로운 생각을 더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주제와 관련된 기존의 내용을 보다 효과적으로 확인하고자 할 때 챗봇을 활용할 수 있다. 그런데 다른 과정은 본인 스스로 해야 한다.
그래서 ‘보고서를 써주는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는 과학의 이기를 잘 활용해도 되니, 이제 보고서 작성이나 글쓰기를 그다지 안 배워도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은 단연코 오해라고 말해주고 싶다.
사회가 아무리 변한다고 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회사에서 의사소통력이 뛰어난 사람을 원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소통력은 면접에서 질문을 받았을 때 얼른 챗봇에게 물어보고 답을 할 참도 주지 않고, 회사에서 업무를 처리할 때 ‘잠시만요.’ 하면서 상대를 기다리게 할 참도 주지 않는다. 결국 아무리 활용하기 좋은 인공지능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세상은 내가 살아가는 것이고 내가 부딪쳐야 한다. 혹시라도 보고서 작성법과 글쓰기 교육이 필요 없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학 교육에서 ‘사고와 표현’이라는 의사소통력 관련 교과목을 이수하는 것은 그 배움의 과정에서 우리의 사고가 자라고 소통력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스스로 생각하며 글을 쓰고, 글을 쓰는 과정에서 사고를 넓히고, 글을 다듬는 과정에서 더욱 섬세한 분별력을 기르며, 논리적으로 구성하는 과정에서 사고력이 길러진다. 그러한 수많은 과정을 거치며 비로소 나의 소통력은 완성되는 것이다.